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참혹한 건물 붕괴 사고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날 삼풍백화점이 있는 서초에 살고 있던 저는 집에서 멀지않은 백화점에 아들 샌들을 사러 갔는데 맘에 드는 게 없었어요. 삼풍아파트에 친구가 살고 있어 친구를 불러내어 삼풍백화점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3시 좀 넘은 시간이었을 거예요. 벌써 에어컨에 문제가 있어 백화점은 무지 더웠답니다.
친구는 봐두었던 원피스가 있는데 같이 보러 가자고 해서 위층으로 올라갔고, 옷을 입어볼 여유조차 없이 더워서 다음에 오겠다고 하고 내려와 아들 스포츠 샌들을 샀어요.(그 샌들은 아들이 커서 신지 못하게 되었을 때도 버리지 못하고 신발장에 한참 보관해놓았었어요.) 그리고 지하 마켓에서 빙수나 먹고 가자며 내려갔지요. 에어컨이 안 되니 빙수가 얼마나 맛있던지요.
한참 앉아 수다를 떨며 빙수를 먹었는데, 저녁 시간이 가까워 오니 마켓에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졌어요. 시어머니와 함께 살던 시절이어서 서둘러 지하주차장에 내려와 시동을 걸고 시간을 보니 4시 50분이었고, 부랴부랴 주차장을 나와 집으로 갔습니다.
저녁준비를 해놓고 잠깐 쉰다고 누웠다가 잠이 들었는데, 거실밖에 소란해서 나가보니 티브이에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다는 속보가 나오고 있었고, 초등학생이었던 아들이 '엄마, 엄마' 보라며 손짓하는데 머리가 하얘지는 거예요. 붕괴된 시간을 보니 제가 나온 1시간 뒤쯤이더라구요.

같이 갔던 친구에게 전화를 거니 전화는 불통이었고, 그 일대가 난리가 났다는 뉴스만 계속 나오고 있었어요. 맙소사!
불통이던 친구와 전화 연결이 되었는데, 이 친구 저와 헤어지고 저녁 찬거리 사기 위해 다시 백화점 마켓에 갔다는 거예요. 반찬거리를 사서 막 나와 집에 들어가려는데 어마어마한 소음을 내며 무너졌다는 겁니다. 천운으로 살아난 우리지만, 살았다는 안도감보다 그날 백화점에서 스쳐 지나간 많은 사람들이 떠올랐어요.
아기를 안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젊은 부부의 얼굴, 6층 여성의류 판매점의 점원들, 지하 마켓의 많은 사람들이 그 아비규환 속에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시신이라도 찾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한 날들이었어요. 전쟁 중 포탄이라도 맞은 것 같은 백화점을 보며 몇날 며칠을 울었는지 모릅니다.
오랜 시간 건물 안에 갇혀 있다가 구조되는 장면을 보며 울고 또 울고, 유족들의 우는 장면에 같이 우는 참혹한 시간들이었어요. 5층부터 지하 3층의 백화점이 폭삭 주저앉은 사고 현장에서 총 502명(실종 30명 포함)이 사망했고, 937명이 부상당했다고 합니다.
총체적 부패 구조, 부실시공과 불법 설계 변경, 공무원의 뇌물 수수, 백화점주의 임의적 용도 변경이 결국 준공 6년의 새건물을 무너뜨렸지요. 쇼핑 공간을 넓히기 위해 설계보다 기둥을 25%나 줄이고 불법으로 한 층을 더 올렸다고 합니다. 공무원들은 뒷돈을 받고 이를 눈감아주었으며 공사가 40% 진행된 상황에서 영업 허가를 내주었답니다.
백화점의 안전 불감증도 컸습니다. 사고 당일 오전부터 건물의 균열이 벌어지고 기둥이 옥상을 뚫고 나오는 상황에서 긴급 안전 진단을 실시한 설계 감리 회사가 '붕괴 우려' 진단을 내렸음에도 정상 영업을 했고 참변을 피할 기회를 놓친 거지요. 하루 5억 원의 매출을 건지려다 보상금 포함 최종 피해액 3,460억 원을 날린 겁니다. 오픈하면서부터 문제가 있으면 영업을 하지 말았어야 함에도 욕심이 화를 불렀습니다.

오늘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 오랜만에 아크로비스타 앞을 지나오며 삼풍백화점이 떠올랐어요. 며칠 전 파면당한 전직 대통령이 시끌벅적하게 들어간 곳인데 길 건너에서 확성기에 시끄럽게 들리는 구호 외에는 정문앞은 한가하네요. 한동안 저 앞을 지나갈 때마다 그날의 끔찍했던 일이 떠올라 저런 집에서 누가 살꼬! 했는데 없어서 못사는 사람 외에 많은 부자들이 입주하여 살고 있더라구요.

건너편엔 고등법원이 자리하고 있어요. 예전에 등기부를 뗄 때 저곳을 드나들었었는데, 요즘은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니 갈 일이 없어졌어요. 죄 지은 사람들이 판결을 받기 위해 드나들겠지요. 부디 좋은 판결로 죄지은 사람은 벌을 받고, 억울한 사람들은 올바른 판결이 이루어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침부터 외출해, 수원에서 사당으로, 방배동, 남양주 다산, 돈암동을 거쳐 수원까지 긴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하루 일과를 마감합니다
삼풍백화점을 회상하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수도없이 사건은 일어나고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 있다는 것이 어쩌면 기적인지도 모를 삶에 감사합니다.
아봉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