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오후 6시를 조금 넘기던 때,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많은 인파들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시스티나 성당 굴뚝 위로 흰 갈매기 두 마리가 날아들었다고 합니다. 새끼 갈매기인 듯 보이는 작은 갈매기가 어미 갈매기에게 뒤뚱뒤뚱 걸어갔고, 곧이어 두마리의 갈매기가 날아가는 순간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에게 새 교황의 탄생을 알리는 봉화였습니다.
아침에 눈을 뜬 순간 보인 뉴스였습니다. 벌떡 일어나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수많은 환호성과 viva papa를 외치는 바티칸 광장의 일원이 되어 함께 손을 흔들었습니다.
추기경 선거인단 133명이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이틀째인 8일 3분의 2 이상인 최소 89명의 지지로 새 교황이 선출된 것입니다.

새 교황님은,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이었고, 그는 새 교황 이름 레오 14세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을 제267대 교황님입니다.
교황청에서는 곧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 나와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을 외쳐 새 교황의 탄생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수많은 광장의 인파들이 papa를 부르며 환호하며 새 교황을 맞이하는 장면은 뭉클하고 눈시울 젖게 합니다. 가톨릭 신자로서 새 교황님 선출에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레오14세 새 교황은 1955년 시카고 출생으로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일원입니다. 1981년 사제 서품을 받았고, 페루에서 오랫동안 사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레오 14세는 19세기 말 노동권과 사회 정의를 강조한 레오 13세 교황(재위 1878-1903)을 계승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추기경으로 임명했고, 분열된 교회에서 폭넓은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중도적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세상 일은 인간의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 외신과 도박사 등 많은 소식통들이 꼽은 교황 후보군에는 포함됐었지만, 프레보스트 새 교황님은 10위권 안에 있지는 않았답니다. 하느님 일의 신비는 알 수가 없는 일이지요.
레오 14세는 미국 국적이지만 20년간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했고, 2015년 페루 시민권도 취득하고 같은 해 페루 대주교로 임명되었습니다. 변방인 페루 빈민가에서 사목했던 이력으로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동안 미국인 출신 교황을 금기시 하는 분위기에서 선출됐다고 하니 어떤 뜻이 있을지 그의 교황 사목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리라 봅니다.

레오 14세는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 포루투갈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고 합니다. 사실 한 분의 신부가 탄생하기까지 소신학교, 대신학교, 대학원, 외국 유학까지 거의 9~10년의 세월이 소요되니 깊은 영성과 많은 학식을 갖춰야 한 분의 신부님이 탄생하고, 그분들 중 전 세계인의 평화의 대부인 교황직까지 맡을 수 있는 소양을 갖출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새 교황의 선출 후 레오 14세는 교황의 전통복인 진홍색 모제타(어깨 망토)를 착용한 뒤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로 나와 이탈리아어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La pace sia con tutti voi)이라고 첫 발언을 했고, 스페인어로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또 전 세계인에게 내리는 첫 사도적 축복인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 라틴어로 '로마와 전 세계에'라는 뜻)를 전통에 따라 라틴어로 마무리했습니다.

즉위 미사는 일주일 내에 거행되고 9일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추기경들과 미사를 공동 집전하게 됩니다.
새 교황님 레오 14세의 선출을 환영하며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염원하는 평화로운 세상을 하느님께서도 잘 아시고 훌륭한 분을 보내주셨습니다. 전 세계인 모두가 연대하여 평화를 깨트리는 전쟁을 종식시키고 세계의 젊은이들이 무모하게 목숨을 잃는 일이 사라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오늘은 하늘에서 축복의 비가 내리네요. 이곳을 찾아오시는 여러분 모두에게도 평화를 빕니다.
(세계일보, 서울신문, 경기일보에서 기사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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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새교황님의 긴장된 모습과 다르게 환한 웃음을 웃는 추기경님들, "이제 집에 간다"며 좋아하시는 것 같다는 후문입니다~ 그만큼 막중한 임무를 맡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여기시는 듯합니다.
추후 교황님의 3형제 중 둘째 형의 인터뷰를 보았어요. 레오 14세 교황님은 어린 시절부터 신부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만큼 신앙적으로 남달랐다고 합니다. 이웃의 아주머니 한 분이 6살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현 레오 14세 교황)를 보며 "쟤는 나중에 미국 최초의 교황님이 될거야"라고 예언자적인 말씀을 하셨답니다.
먼 훗날 일어날 일을 맞춘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그분의 어린 시절마저도 교황님을 떠올리게 할만큼 훌륭한 삶을 사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