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라는 단어는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의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주로 스무 살 이상의 사람을 통틀어 이른다고 국어사전에서 말합니다.
그러나 요즘의 어른은 다 자랐다고 어른이 아닙니다. 어른이랍시고 꼰대노릇이나 하고, 남을 가르치려하고, 권력이나 부를 내세워 남을 지배하는 자는 어른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칭송하며 존경할 수 있는 어른이 진정한 어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기 진정한 어른이 계십니다.
"어른 김장하"
사람들은 그를 일컬어 "진짜 어른" "살아 있는 양심"이라고 불렀습니다.
다큐를 보는 내내 그분의 정신과 사고에 놀라고, 살아온 생애에 놀랍니다. 경남 진주에서 1922년 태어나서 평생을 지역 사회와 나라를 위해 봉사하시고 기부를 실천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83년 진주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하고 이사장직을 하며 100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고, 교육에 헌신하였고 1991년에 명신고등학교를 국가에 헌납하였는데 그 규모가 백억이상이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단 한번도 대중매체와 인터뷰하지 않으신 분, 기부에 대해서 여쭈면 입을 닫아버리시는 분, 김주하 기자가 김장하 어른을 취재하려고 했을 때의 고충입니다. 인터뷰를 하면 자신의 자랑이 되기 때문에 입을 닫는다고 합니다.
젊은 시절 진주에서 남성당 한약방을 열어 운영하며 박리다매로 많은 돈을 벌었는데 그 돈으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아낌없이 도왔어요. 돈을 벌었어도 평생 승용차 한 번 구입하지 않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걸어다니셨으며 다 헤어지도록 낡은 옷을 오랫동안 입었습니다.
요즘 헌법재판소 문형배 재판관이 김장하 선생님의 가르침을 언급하면서 그의 삶과 정신이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김장하 선생님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재조명되며 영화관에서 재개봉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넷플릭스로 정주행했고, 또 다시 돌려보기를 하고 있습니다.
2년 전, 진주 촉석루 안 진주박물관에 갔을 때 형평운동이 전시되고 있었어요. 100년 전 1923년 4월 25일 진주에서 형평운동이 일어났는데 그 뜻은,
형-저울대 형
평-평평할 평으로 저울대처럼 평평한 세상이라는 뜻입니다.
김장하 어른께서 오랫동안 형평운동에도 기여하고 계셨네요. 다큐에서 김장하 선생님은 형평운동은 백정들의 신분을 철폐하는 운동이었다라고 설명하십니다. 그런 저울대처럼 평평한 세상은 언제나 도래할까요?
진주시의 미혼모 시설, 문학단체, 학생들의 장학금 등 셀 수 없이 많은 선행을 하신 선생님의 주변 사람들은 그분의 삶을 닮을 수 없기에 말하면서도 부끄러워 그분에 대해 말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깊은 호수같으신 분, 평생을 그렇게 살기 위해 얼마나 애쓰셨을까 말하지만 그분은 선행의 삶이 일상의 삶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다큐를 제작한 김주하 기자는 다큐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주변 사람의 인터뷰를 요청해야 하는데 김장하 어른의 주변분들은 한결같이 만나는 사람마다 취재하는데 적극적이었고 협조적으로 도와줬다고 합니다.
어르신은 "돈이라는 게 똥하고 똑같아서 모아놓으면 악취가 진동을 하는데 밭에 골고루 뿌려놓으면 좋은 거름이 된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학교를 국가에 헌납하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설립된 것이 이 학교이면, 본질적으로 이 학교는 제 개인의 것일 수 없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본교 설립의 모든 재원이 세상의 아픈 이들에게서 나온 이상, 이것은 당연히 공공의 것이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는 것이 본인의 입장인 것입니다. 그리고 본교가 공공의 것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공립화요, 그것이 국가 헌납이라는 절차를 밟아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왜 학교를 설립했고, 왜 헌납했는지는 1991년 8월 그의 명신고등학교 이사장 퇴임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내가 배우지 못했던 원인이 오직 가난이었다면, 그 억울함을 다른 나의 후배들이 가져서는 안 되겠다 하는 것이고, 그리고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돈을 번다면 그것은 세상의 병든 이들, 곧 누구보다도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거둔 이윤이겠기에 그것은 내 자신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다큐가 끝날 무렵 평생 몸담고 일하셨던 남성당한약방은 문을 닫습니다. 마지막 셔터가 내려지며 어르신은 백수가 되었지요. 그 선하고 여릿한 눈동자를 떠올리면 코끝이 찡해옵니다.
인간이 사는 세상은 약육강식으로 약한 사람은 먹히는 사회, 따뜻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세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9개 가진 사람이 1개 있는 사람의 것을 빼앗는 이 세상은 그저 내 것을 가지고 굶지 않고 먹고 살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하지만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아낌없이 기부하는 김장하 어른 같은 분이 계시기에 세상은 살 만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큐가 찍히지 않기를 바라신 어른이지만, 이 다큐가 지금 어지러운 이 세상의 빛이 되고 소금이 된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습니다.
어른의 말씀대로 사부작 사부작 꼼지락 꼼지락 산엘 오르고, 파크볼을 치면서 여생을 보내고 계시겠지요. 어른 김장하, 이 시대의 천사이시고 참어른이십니다.
"갚아야 된다고 생각하면 이 사회에 갚아라"
아봉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