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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맛집

고등어 추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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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한사람으로 추어탕을 먹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지 않아요. 미꾸라지탕이라는 선입견 때문이기도 합니다. 가리지않고 먹는 나이가 되었는데 민물고기가 맞지 않아 선호하진 않습니다만, 계절 바뀌는 봄날 푹 끓인 추어탕 한 그릇 먹으면 피가 되고 살이 될 것 같지요!

포항이 고향인 옆지기는 추어탕, 어탕을 아주 좋아해요. 근데 죽도시장의 신선한 고등어라야 추어탕을 끓일 수가 있어요.  요리를 잘하시는 어머니의 고등어 추어탕을 한번 흉내내어 봤는데 썩 맛있다고 잘 먹네요.

아봉베레 표 고등어 추어탕

 
우리집에서 가장 큰 솥에  한 솥을 끓여서 1인분씩 소포장해 냉동실에 넣고 전 신혼여행 가는 아들네 집 봐주러 서울로 냅다 날아왔어요. 준비하는 동안 힘들긴 해도 흐뭇하답니다.

죽도시장표 참고등어와 가자미



손이 큰 어머니는 잘 걷지도 못하시면서 유모차를 끌고 죽도시장까지 가서 몇달에 한 번 이렇게 많은 양의 고등어와 가자미를 사서 사랑하는 큰아들에게 보내주신답니다.  저는 아무리 봐도 참고등어인지 가짜고등어인지 모르지만 포항이 고향인 어머니는 맛있는 참고등어를 잘도 쇼핑해서 보내주셔요.
 
냉동실에 넣어두고 다 먹을 때까지 신선한 고등어는 맛있어요. 죽도시장 고등어를 먹어보면 타지역에서서 사먹는 건 비린내 나서 사기가 겁이 납니다.

된장 넣고 끓이는 물에 삶아낸 고등어

 
어머니가 하는 것을 보진 못했어도 한 번 맛을 보면 흉내내어 할 수 있는 아봉베레 표 고등어 추어탕입니다.
 
1. 끓는 물에 된장 몆 숟갈 넣고 생강 몇 쪽 넣은 뒤 손질한 고등어를 넣어 15~20분쯤 끓입니다.
 => 가을 김장철에 생강을 갈아 꿀이나 설탕에 재워 생강청을 만들어서 사용하면 오랫동안 보관되고 좋아요.

2. 푹 익은 고등어를 꺼내 식히는 동안, 고등어 삶은 물에 적당량의 물을 더 넣어 끓입니다.
 
3. 삶은 고등어가 식으면 가시를 발라 냅니다. 위 사진의 왼쪽은 막 삶아낸 고등어이고 오른쪽은 가시를 발라낸 고등어입니다.

4. 고춧가루와 들깨가루, 마늘, 집간장을 개어 다대기를 만들어요.

5. 물이 끓으면 시레기나 삶은 얼가리 배추를 먹기 좋게 잘라서 넣고, 끓기 시작하면 다대기를 넣습니다. 맛을 보며 마늘이나 집간장을 추가로 넣어줍니다.

 
봄에 나오는 푸성귀나 나물은 대체로 해독, 피로 회복, 소화 촉진에 탁월하답니다. 봄철 입맛 없을 때나 몸이 나른할 때 챙겨 먹으면 좋아요.

양념 다대기
완성된 고등어 추어탕

 
처음 고등어 추어탕을 앞에 두고 선입견인지 선뜻 숟가락이 가지 않았어요. 이제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답니다. 신선한 고등어가 있다면 추어탕 한 번 끓여 먹을만 합니다. 
 

초보자가 만든 쑥버무리

 

3년 전부터 운동을 같이 해서 정이 든 자매는 친정엄마가 고향 함안에서 쑥을 보내오셨다고 쑥국을 끓여서 주는데 얼마나 맛있던지, 정말 시골 둑에서 자란 자연산 쑥향이 났어요. "난 쑥버무리도 좋아한다"고 지나가는 말로 했더니, 오늘 아침 출발하기 전 언니 좋아하는 쑥버무리 하고 있다고 가는 길 들러 가져가라네요. 

 
일부러 진주에 들러 쑥버무리를 찾아 점심으로 먹으려고 뚜껑을 열었어요. 참으로 정성이 갸륵하지요. 난생 처음 해본 쑥버무리, ㅋㅋ 쌀가루가 2,3배는 더 들어가야 할 쑥버무리를 먹으며 그 정성에 눈물나게 고맙고, 쑥만 씹히는 쌉싸롬한 맛에 눈물나는 순간이었어요.
 
정이라는 게 무섭지요~ 사천으로 이사와 아는 사람도 없이 운동하겠다고 무조건 찾아간 어느 지방 대학교의 스포츠콤플렉스에서 만난 사람들, 빠르고 높낮이 강한 경상도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도 함께 운동하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친해진 사람들인데 이렇게 깜짝 이벤트도 해주네요.
 
사람 잘 사귀지 못하는 저는 많은 사람보다는 한 두사람과의 교류를 좋아합니다.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 다녀오면 기진맥진 힘이 빠지는 이유도 있어요.

 

아파트에도 4월 벚꽃이 한창입니다. 꽃비가 날리는 걸 보니 이제 곧 꽃시절이 지나가는 듯합니다. 가로등 아래 저 벚꽃이 얼마나 예쁘던지 나무를 붙들고 위를 향해 사진을 찍다가 무언가에 걸려 그대로 뒤로 자빠졌습니다.
 
낭만을 쫓다가 낭만에 초를 친 순간, 마침 잔디 둔덕이 있어 머리를 받혀주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으면 일어나지도 못했다 싶어 모골이 송연합니다. 얼른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었어요.

아는 분이 담배 피우러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 찾으러 나갔더니 계단에서 굴러 피투성이가 되어 기절해 있었다는 장면이 떠올라 정말 조심, 또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

 

며칠 지난 지금까지도 넘어지지 않으려고 나무를 잡았던 팔과 허리가 욱신거립니다. 그날 밤의 기행을 저 벚나무만 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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