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면은 부산에서나 먹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친정부모님이 이북사람이어서 두 분이 살아계실 때 냉면을 아주 즐겨 먹었는데 서울 을지로 을지냉면, 우래옥, 오장동 평양냉면, 평양면옥, 대흥역 을밀대, 청량리 시장 안 평양냉면 등 생전의 아버지 따라 냉면 먹으러 많이도 다녔었지요.
왜 밀면 이야기를 하면서 냉면을 거론하냐구요?

부산 밀면의 유래는 한국전쟁(1950~1953)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요. 원래 냉면은 함경도와 평안도 등 북한 지역에서 즐겨 먹던 음식이었는데, 전쟁이 발발하면서 피란민들이 부산으로 내려오게 되었어요. 저희 부모님은 전쟁 이전에 월남하신 분들이지요.
그들은 냉면을 만들어 먹고 싶었지만, 전통적인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을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대신 밀가루가 미군을 통해 보급되면서 이를 활용해 냉면을 변형한 음식이 탄생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밀면입니다.
밀가루 반죽에 전분을 섞어 쫄깃한 면을 만들고, 육수는 돼지고기나 소뼈를 우려내어 진한 국물 맛을 내도록 했습니다. 북한식 냉면보다 조금 더 달고 맵게 간을 맞추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후 부산 지역에서 밀면 전문점이 늘어나면서 오늘날까지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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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밀면을 부산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다니는 지역마다 맛집이 있더라구요. 옆지기의 직장 때문에 경남 사천에서 거주하게 되었는데 지역에 살다보면 어느 집이 맛집인지 알게 되요. 현지인이 찾아가는 맛집이지요.
경남 사천시 사천읍 동문로 49번지에 위치한 신일밀면은 사천공항과 사천버스터미널에서도 가까운 거리에 있어요. 작년 11월부터 3월까지 겨울 동면에 접어들었다가 며칠 전 다시 재오픈하였는데 봄맞이 할인이벤트로 7,000원 밀면을 5,000원에 판매하고 있더라구요.
가격도 저렴한데 양도 많아요. 곱배기를 시키면 너무 많은 양에 놀라고, 사리를 시키면 더 많은 양에 놀랍니다.

밀면은 물밀면(육수에 담긴 밀면)과 비빔밀면(양념장에 비벼 먹는 밀면), 물과 비빔을 섞은 섞어밀면으로 나뉘어 있어요. 세 개를 다 먹어봤지만, 각자 고유의 맛이 있으니 취향에 맞게 드시면 됩니다.


신일밀면의 특이점은,
경남 진주와 사천쪽의 밀면이나 냉면에는 육전이 들어가요. 육전을 채썰어 넣는데, 어느 유명하다는 냉면의 고명인 육전에서 소고기 냄새가 많이 나서 그 집 냉면은 안 먹게 되더라구요. 신일밀면의 고명인 육전은 냄새가 나지 않아 양질의 재료를 사용한다는 추측을 해봅니다.
4인 테이블이 16개나 있는데도 점심 시간에는 넓은 홀이 꽉 차서 자리가 없어요. 요즘 할인 이벤트를 하니 더 붐빈답니다. 혹시 경남 사천에 오실 일이 있고, 부산밀면이 너무나 먹고 싶으시면 신일밀면을 티맵해서 찾아가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