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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맛집

계획 없이 사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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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하며 살지 않는 저는 어느 날 갑자기, 뜬금없이 살아가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이번 여행도 갑자기 이루어진 일이었는데 누군가 가자고 했을 때 제 생활에 크게 방해가 되지 않으면 따라 나섭니다. 문득 제가 다녀온 "사성암"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유튜브에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암자 중 하나'라는 어그로가 뜨네요.

 

하동 섬진강 하류의 숙소에서 나와 15분 정도 운전하고 가니 사성암 주차장이 나옵니다. 차는 그곳에 세우고 사성암까지 운행하는 마을버스를 1인당 왕복 성인 3,400원씩 내고 타야 합니다. 너무 꼭대기에 지어졌기에 주차장이 마땅치가 않아요.

 

사성암은 암벽이 아슬아슬하게 높은 곳에 지어진 절인데, 산에 오르는 게 힘든 저는 정말 아이고 소리를 내면서 올라갔어요.

 

구례 사성암(四聖庵)은 전라남도 구례군 문척면 오산 정상 부근에 위치한 유서 깊은 불교 암자입니다. 백제 성왕 22년인 544년에 승려 연기가 창건하여 처음에는 오산사(鼇山寺)로 불렸습니다. 이후 신라의 원효대사의상대사도선국사, 고려의 진각국사 혜심 등 네 명의 고승이 이곳에서 수도하였다고 전해지며, 이를 기려 ’네 성인(聖)’이라는 의미의 사성암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    


사성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인 화엄사의 말사로, 1630년(조선 인조 8년)에 중건되었고, 1939년에는 이용산 스님에 의해 중창되었습니다. 사찰 내에는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높이 약 3.9m의 마애여래입상이 있으며, 이는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20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마애여래입상

 

유리광전은 동방 유리광세기의 교주인 약사여래 부처님을 모신 곳인데 이 마애미래입상은 원효대사가 선정에 들어 손톱으로 그렸다고 전해지나 근거는 없다고 합니다.

 

'선정에 든다’는 건 마음이 고요한 호수처럼 가라앉아서, 아무런 파동도 없는 상태에 머무는 것이고 바깥의 소리나 생각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 안에서 진리를 바라보는 상태이니 아무나 선정에 드는 건 아닌 듯합니다.

 

정상에 올라가 바라본 구례의 섬진강이 길게 구비치며 흐르고 있습니다.

사성암에서 바라본 구례 섬진강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암자라는 어그로를 보다가 문득 떠오른, 얼마 전부터 많이 쓰는 표현 중 하나인 "버킷 리스트(Bucket List)"라는 어원이 떠올라 찾아봤어요. 버킷 리스트는 영어 표현 kick the bucket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kick the bucket은 '죽다'라는 의미의 관용구인데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이라는 뜻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거죠.

 

이 표현이 대중적으로 퍼지게 된 계기는 2007년에 개봉한 영화 《The Bucket List》덕분입니다.

저는 작년 가을 위령성월에 죽음 피정에 참여하며 이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이 영화에서, 말기 환자인 두 주인공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적은 리스트를 실행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영화가 큰 인기를 끌면서 '버킷 리스트'라는 표현도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죠.

영화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 2007)

 

두 남자,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과 카터 체임버스(모건 프리먼)는 우연히 병실에서 만나게 되었어요. 둘 다 말기 암 환자이고,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에드워드는 엄청난 부자에 괴팍한 성격의 사업가이고 카터는 평생 정비사로 일하며 가족을 위해 희생해온 지적인 남자입니다. 

 

둘은 처음엔 성격 차이로 티격태격하지만, 점점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카터가 장난처럼 적어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리스트(버킷 리스트)’를 부자인 에드워드가 진짜로 실행하자고 제안하면서 인생 마지막 여행을 떠나게 되는 줄거리입니다.

 

버킷 리스트에 적힌 일들은,

  • 스카이다이빙 해보기
  • 세계의 아름다운 장소 여행하기 (이집트 피라미드, 타지마할 등)
  • 레이싱카 타기
  • 웃을 때까지 웃기
  • 진짜 친구 만들기
  • 삶에서 용서하고 화해하기

이 여행은 단순한 ‘체험 리스트’가 아니라 서로가 자신을 돌아보고 진심으로 살아본다는 게 뭔지 깨닫는 여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울다가 웃으며 영화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엔딩, 둘의 케미가 짠하면서도 따뜻하고 울컥하면서도 미소 짓게 만듭니다. 

 

진짜 "내 인생, 이렇게 살아도 괜찮았을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인데, 그러나 전 버킷 리스트를 쓰진 않을 겁니다. 제가 살아온 삶도 워낙 버라이어티해서 남들이 하지 않은 일도 많이 했고, 더 하고 싶은 일도 없으며 이제 정리해야 할 일만 남았습니다.

 

다만, 누군가 어디에 가자고 하면 Yes! 하고 따라나설 것입니다. 이것이 계획 없이 사는 여자의 버킷 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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