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을 기억하시나요?
1965년에 개봉한 뮤지컬 영화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영화입니다.
로버트 와이즈 감독, 줄리 앤드루스와 크리스토퍼 플러머 주연으로,
정말 아름답고 사랑받는 고전이었습니다.
배경은 1930년대 말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이었고 장소는 주로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였지요.
저는 2014년경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여행을 가서 마리아와 아이들이 “Do-Re-Mi”를 부르며
계단을 오르는 미라벨 정원에서 흉내를 내보기도 했고요.
사운드 오브 뮤직 1일 패키지여행을 통해 세계 각 나라에서 온, 버스 안 사람들과 영화에 나온
노래들을 따라 부르며 모두 하나가 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답니다.
영화의 촬영지를 다니며 그곳에서 불렀던 노래들을 모두가 합창처럼 불렀어요. 저는 영어 노래라
따라 부르기 힘들어 허밍으로 흥얼거렸구요.
휴대전화를 바꾸면서 사진을 모두 잃은 슬픔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캡처한 사진을 올립니다.
활달하고 자유로운 성격의 수녀 지망생 마리아는 수도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합니다.
결국 원장 수녀의 권유로, 폰 트랩 대령의 일곱 자녀를 돌보는 가정교사로 파견됩니다.
엄격한 군인 출신의 아버지 폰 트랩은 자녀들을 군대식으로 키우고 있었고,
아이들은 마음을 닫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리아의 노래와 따뜻함으로 아이들은 마음을 열고
점차 가족 안에 밝은 변화가 일어난다는 내용입니다.
영화속 처음 보는 오스트리아의 풍경과 말로만 듣던 알프스 산맥의 배경, 유서 깊은 오랜 성들은
어린 제게 참으로 생경하면서도 동경하게 된 이국의 풍경이었습니다.
영화에서 나왔던 노래들은 Do-Re-Mi, My Favorite Things, Edelweiss,
Climb Ev’ry Mountain, Sixteen Going on Seventeen 등이었는데,
제 기억에 가장 남는 노래가 도레미 송과 에델바이스였어요.
아마도 인간이 사라지기 전까지 저 노래들은 영원할 것 같아요.
도레미 송이 만들어진 계음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유래를 아시나요?
“도레미파솔라시도”는 서양 음악에서 사용하는 7음 음계의 이름입니다.
그 유래는 중세 유럽의 성가 교육에서 시작된답니다.
각 음의 이름은 라틴어 찬가의 첫음절에서 따왔고, 이를 ‘계명창’(solmization)이라고 부릅니다.
1. 유래가 된 찬가 〈Ut queant laxis〉
이 음계는 11세기 베네딕토회 수도사였던 귀도 다레초(Guido d’Arezzo)가 만든
교육 방식에서 유래합니다. 그는 음악 교육을 쉽게 하기 위해 찬가 〈Ut queant laxis〉의
각 구절 첫 음을 따서 음이름을 정했습니다.
이 찬가는 세례자 요한을 기리는 라틴어 성가로, 첫 여섯 구절은 각각 한 음계 높은 음으로 시작합니다.
Ut queant laxis → Ut
Resonare fibris → Re
Mira gestorum → Mi
Famuli tuorum → Fa
Solve polluti → Sol
Labii reatum → La
이렇게 해서 처음 여섯 음은 다음과 같이 정해졌습니다.
그 뒤에 두 개의 음이 더해지면서 현대의 7음계가 완성되었다고 하네요.
2. ‘Ut’에서 ‘Do’로의 변화
‘Ut’는 발음하기 어려운 음절이어서,
17세기 이탈리아 음악가 조반니 바티스타 도니(Giovanni Battista Doni)가
자기 이름을 따서 ‘Do’로 바꾸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다른 설로는, 라틴어 ‘Dominus’(주님)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왔다는 말도 있습니다.
3. ‘Si’의 유래
마지막 음인 ‘Si’는 Sancte Ioannes(성 요한)의 앞 글자 S와 I를 따서 만들어졌습니다.
현대 영어권에서는 이 ‘Si’를 ‘Ti’로 부르기도 합니다.
음이름의 유래가 된 찬가 구절의 의미는
Do (Ut) Ut queant laxis 너그러이 풀어주소서
Re Resonare fibris 울려 퍼지게 하소서
Mi Mira gestorum 놀라운 행적들
Fa Famuli tuorum 주의 종들에게
Sol Solve polluti 더러움 벗게 하소서
La Labii reatum 입술의 죄를
Si Sancte Ioannes 성 요한이여
이러한 배경으로 도레미파솔라시도는 단순한 음이름을 넘어
신앙적, 교육적인 뿌리를 가진 문화유산으로 볼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를 보다가 언젠가 오래전에 메모장에 적어놓은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유래가 눈에 띄었고,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레미 송을 틀어놓고 이 글을 적으니 그때의 감흥이 되살아납니다.
인간에게 의미와 가치를 주는 문학과 예술은, 인간이 단순히 ‘사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묻고 때로는 대답을 찾게 하는 등불 같은 것이 아닐까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 다른 시대와 다른 나라 문화의 감정을 만나면서
우리는 공감 능력을 키웁니다.
예술도 마찬가지로 언어 너머의 감정을 전해주며, 타인의 아픔이나 기쁨을 내 일처럼 느끼게 하지요.
영화에서 마리아와 폰 트랩 대령과의 사랑, 아이들과의 공감대가 되어 주는 노래를 통해
우리는 함께 사랑하고 함께 노래하는 연대를 가졌습니다.
짜릿한 기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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