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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장 지오노 원작의 '나무를 심은 사람'과 '가이아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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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있는 집에서 살아본 어린 시절, 봄이 되면 동생들과 작은 앞 마당에 꽃을 심는다고 열심히 흙을 파고 물을 붓고 씨를 뿌렸습니다. 내가 뿌린 그 씨가 자라서 꽃이 피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고 흙장난만 신나게 했던 좋은 기억만 있습니다.
 
꽃이 핀 것은 외할머니가 심고 열심히 가꾸신 붓꽃과 봉숭아, 채송화, 나팔꽃, 대문 열고 들어오면 향긋한 내음의 분꽃, 벽돌담장 위에 빨갛게 피어난 장미넝쿨이었습니다. 우린 그 장미를 볼 때마다 빨간 구두 아가씨 노래를 부르며 엄마 하이힐을 신고 마당을 걸어다녔지요.
 
마당을 잃은 지 오래, 어느 해인지 그 마당이 몹시도 그리웠으나 이루어질 수 없는 그리움이었지요. 그리고 어느 날 일일피정에서 본 짧은 애니메이션은 제 가슴을 일렁이게 했어요.
 
'장 지오노' 원작, 경이로운 애니메이션 '나무를 심은 사람'(1987) the man who planted trees을 처음 보았을 때의 감동과 충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갑작스런 인생의 비극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남자가 황량한 사막을 바꿔보기로 결심하고 매일 매일 정성을 다해 도토리를 심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1차 세계대전 전후의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을 배경으로 합니다. 화자인 나(해설자)는 여행 도중, 황폐하고 척박한 산지에서 한 노인을 만나게 됩니다. 그 노인의 이름은 엘제아르 부피에(Elzéard Bouffier). 그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조용한 사람으로, 양치기를 하다가 나중에는 양떼를 접고 매일 도토리 100개씩을 심으며 숲을 되살리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부피에는 자연이 파괴된 이 황무지를 자신의 손으로 다시 푸르게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전쟁이 끝난 뒤, 화자는 다시 그 지역을 찾아와 깜짝 놀랍니다. 한때 죽음과 절망의 땅이었던 곳이 푸른 숲과 들꽃, 동물들이 어우러진 생명력 넘치는 숲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변화는 단 한 사람, 엘제아르 부피에가 매일 한 그루씩 심은 나무들 덕분이었습니다. 그는 어떤 보상도, 명예도 바라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낸 이타적인 인간의 전형이었습니다.
 

크레파스로  그린 2만 장으로 프레데릭 백'이 만든 애니메이션은
해설만으로 시작해 해설로 끝나는 영화입니다.
황량했던 사막이 울창한 숲으로 변한 것을 보고 사람들은 어느날 갑자기 생긴 숲이라며,
어떻게 저럴수가 있느냐며 연구를 하러 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화자가 관리 중 한 사람인 친구에게
부피에가 일군 숲의 모든 이야기를 알려줍니다.

 

 
프레데릭 백은 이 이야기를 1987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고, 이 작품은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갑자기 저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사천에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고, 저는 외진 곳이라도 마당이 있는 집을 얻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유튜브를 열면 귀촌한 사람들의 시골집 마당만 봤습니다. 끊임없이 솟아나오는 풀과 전쟁하다 어느날엔 풀도 꽃도 나무도 그냥 공생하게 놔두면 묘하게 아름다운 자연을 이룬다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작은 연못이라도 만들어놓으면 온갖 새들이 날아와 목욕도 하고 목도 축이는 장면을 보며 내 꿈은 저것이다!!! 했지요.

 마침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즈음 프레데릭 백의 '나무를 심은 사람'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었으니 이게 무슨 운명인가보다 생각했던 것도 있습니다.
 

가이아의 정원

 
 그리고 정원에 대한 정보를 뒤지다 발견한 책이 토비 헤멘웨이가 저술한 가이아의 정원이었습니다. 가정 단위에서 지속 가능한 생태정원을 설계하고 가꾸는 방법을 안내한 이 책은 2011년 노틸러스 북어워드 금상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한국어판은 2014년 들녘 출판사에서 귀농총서 45권으로 출간되었으며, 전 이 책 한 권을 제 책장에 꽂아놓게 되었지요.

책의 주요 내용은, 

1. 퍼머컬처란 무엇인가?
퍼머컬처(Permaculture)는 ’영속적인 농업(Permanent Agriculture)’과 ’영속적인 문화(Permanent Culture)’의 합성어로, 자연의 생태계 원리를 모방하여 인간의 거주지와 농업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법론입니다. 이 책은 생태학과 생태디자인의 원리를 바탕으로 퍼머컬처의 기본 개념을 소개하며, 정원을 하나의 생태계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합니다 .  

2. 생태정원의 4요소
책에서는 생태정원을 구성하는 네 가지 핵심 요소인 흙, 물, 식물, 동물을 다룹니다. 이 요소들은 독립적인 부품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함께 작동하여 건강한 생태계를 형성합니다 . 

3. 실제 적용 사례
저자는 약 300평 규모의 미국 교외 주택에 퍼머컬처 디자인을 적용한 사례를 통해, 독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퍼머컬처를 구현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이러한 사례는 한국의 좁은 부지나 주택 구조에도 응용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  

4. 자연과의 공존
책은 자연을 단순히 보호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인간과 자연이 상호 이익을 주고받는 관계로 설정합니다. 인간은 자연의 천이 과정을 도와 생태계의 다양성을 증진시키며, 자연은 인간에게 식량, 아름다운 경관, 휴식처를 제공합니다 . 

함양 그때 그 황톳집


하지만 황톳집을 짓고 관리하면서 끊임없이 들어가는 돈과 해도해도 끝이 없는 풀과의 전쟁에 두 손 든 옆지기는 아파트가 최고라며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만 흐르다가 제겐 가이아의 정원 책만 남고, 이따금 들춰보며 그런 꿈이 있었지...라고 고개만 끄덕거립니다.
 
나 혼자 한다고 될 일인가?라고 생각하는 일을 혼자 힘으로 해내는 주인공이지만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물통 하나라도 줄이기, 비닐 덜 쓰기, 종이컵 덜 쓰기 등... 자연을 지키는 일에 동참한다면 우리도 부피에와 같은 길을 걷는 건 아닐런지요!
 
이 애니메이션은 인간에 의해 자연이 파괴되는 요즘 세상에 꼭 한 번쯤 볼만한 감동 깊은 픽션입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말하고 한 사람의 조용한 헌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과 인내를 말합니다. 지속의 힘이 주는 놀라운 변화와 나 혼자라도 이루겠다는 신념을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작품은 실화가 아니고 장 지오노가 지어낸 픽션을 영화화한 이야기입니다. 

유튜브에 동영상 전체보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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