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원칙을 세웠습니다. 하루에 1편의 글을 올리겠다는 원칙이었습니다. 밤이 늦어도, 무슨 일이 있지 않는 한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 애썼습니다.
책 한 권을 끝내 인쇄되어 나왔고, 오늘 국립중앙도서관에 2권의 책의 납본까지 마쳤습니다. 바로 시작한 또 한 권의 책은 재출판이기에 그다지 큰 신경은 쓰지 않아도 되는데 수정하는 곳이 많아 197쪽의 분량을 3일 동안 읽어 내려갔어요.
내일은 분당에도 올라가야 하고 이사 준비도 해야 하므로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삼손도 이기지 못했다는 눈꺼풀은 내려오고 침대에 눕고만 싶어졌지만 다 마쳐 디자이너에게 막 보내놓았는데, 교정 중 마음에 새겨놓은 책의 내용이 저를 따라왔습니다.
프랑스의 사회철학자 피에르 쌍소의 이야기입니다.
그가 쓴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서 “인간의 모든 불행은 고요한 방에 앉아 휴식할 줄 모르는 데서 온다”는 파스칼의 말을 인용하며, ‘느리게 사는 삶’을 제시하고 있는데 느림의 철학을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느리게 산다는 것은 단순히 게으름이나 무기력함이 아니라, 삶을 성찰하고 더 깊이 경험하려는 태도입니다.”
피에르 쌍소의 느림 철학은 오늘날 번아웃, 과로, 디지털 중독, 정신적 고립 같은 현대인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제시합니다. 단순한 자기 계발적 메시지가 아니라, 삶의 본질을 되찾으려는 철학적 제안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큽니다.
걷기, 사색, 여유로운 대화, 계절의 변화에 귀 기울이기 등 느림의 실천은 인간적인 삶의 회복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제가 세워놓은 원칙을 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꼭 써야 한다는 욕심, 알림이 울리면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 중독, 방문자가 줄어들면 생기는 조바심 등이 바로 쌍소가 말하는 번아웃, 과로, 디지털 중독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생깁니다.
쌍소의 철학에 따른 느림 실천법입니다.
1. 걷기의 복권
목적 없이, 단순히 걷기 위한 걷기.
길을 잃어도 좋고, 우연히 만나는 풍경이나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여유.
자동차보다 두 발을 신뢰하는 삶.
2. 카페에서 머무르기
커피 한 잔으로 몇 시간 동안 책을 읽거나 주변을 관찰하며 머무르기.
즉각적인 소비보다 머무는 존재가 되기.
3. 편지 쓰기
이메일이나 문자보다 손으로 편지를 쓰며, ‘느린 소통’을 경험하기.
상대를 깊이 생각하며 시간을 들이는 관계 방식.
4. 자연과 함께하기
정원을 가꾸거나, 숲속 산책, 계절의 흐름을 느끼는 일.
자연의 느린 리듬에 몸을 맡기며 삶의 균형을 되찾기.
5. 사색의 시간 확보
하루 10분이라도 TV, 스마트폰 없이 생각에 잠기는 시간 갖기.
침묵을 회피하지 않고, 침묵과 함께 있는 법 배우기.
5가지 모두가 저와 해당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삶의 대안을 제시해 준 쌍소를 만난 오늘부터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시티, 슬로우 푸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점검해 보는 밤입니다.
한국의 슬로우 시티
담양군 (전라남도)
신안군, 완주군, 제주 조천읍 등
한국은 아시아에서 슬로우 시티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