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짝 지어주고 나니 생판 모르던 분들이 아들의 장인 어른이 되고 장모님이 되었습니다. 저또한 며느리의 시어머니가 되었어요. 모든 인간관계가 가족 외에는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시작하는 것이지만, 나이 들어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더우기 가깝게 하면 흉허물 잡힐까봐 가급적 멀리 떨어지는 게 좋다는 사돈지간이지요.
저는 이상하게 호칭을 잘 부르지 못합니다. 사돈어른, 사부인...이라는 말이 선뜻 입에서 나오질 않아요. 시동생보고 결혼 전 도련님이나 결혼 후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풍습도 이상해서 시동생이 셋이나 있지만, 한 번도 서방님이나 도련님이라고 부르질 않았어요. 동서들에게도 형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언니라고 부르라 합니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도 쉽게 형님, 언니 소리가 나오지 않는 제가 좀 이상한 건가요?
고양이들을 봐주느라 아들네 집에서 1주일 째 머물고 있는데, 근처에 사는 사부인이 저를 계속 챙기고 신경을 씁니다. 그러지 말라고 몇 번 이야기를 해도 찰밥을 만들어 오고, 과일을 사오고, 맛있는 팥빵이라고 사오니 괜히 제가 미안해집니다.
어제는 신혼여행 간 아들의 생일이었습니다.
사부인은 첫 사위 첫 생일인데 미역국을 못끓여줘서 속상하다며 제게 미역국 밥상을 차려놓고 초대를 하셨습니다. 눈물나게 고맙더라구요. 제 생일이라고 한번도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고, 남에게 해주기만 하고 살아왔는데, 왠지 어색한 옷을 걸친 듯 불편하기도 했지만 감사한 마음도 컸습니다.
음식솜씨가 좋은 사부인은 들에 가서 쑥을 캐와 쑥전을 맛있게도 부치고 봄나물인 참나물과 민들레로 샐러드를 만들었어요. 며느리가 친정엄마의 야무진 음식솜씨를 닮았어요. 요즘 젊은 사람이 시어머니인 저를 초대해서 직접 요리한 음식으로 대접을 하는 게 쉽지가 않은데 몇 번을 그렇게 받았답니다. 시어머니 대접은 받고 싶지 않은데 말입니다. 그래서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합니다.
글을 쓰면서도 사돈이니 사부인이니 어색하기만 하네요. 그럼에도 딱히 부를만한 호칭이 이것밖에 없으니 궁금해져서 호칭에 대해 찾아봤어요.
부모 입장에서 당신의 아들이 결혼한 경우 | 당신의 딸이 결혼한 경우 | ||
며느리의 부모 | 사돈 | 사위의 부모 | 사돈 |
며느리 어머니 | 사돈어른 또는 사부인 | 사위 어머니 | 사돈어른 또는 사모 |
며느리 아버지 | 사돈어른 또는 사장 | 사위 아버지 | 사돈어른 또는 사장 |
보통 남자 쪽이 여자 쪽 부모를 높여 “사돈어른”이라고 부르고, 여자 쪽은 조금 더 격식 없이 “사돈”이라 부르기도 한다네요.
자녀의 배우자 형제자매들도 새로운 관계가 생기는데, 명확한 호칭은 없고 보통 다음처럼 부릅니다.
형제·자매 간의 호칭 | 배우자의 형제자매 | ||
아들의 처남 | 며느리의 남자 형제 | 아들의 경우 | 며느리의 오빠/남동생: 처남 며느리의 언니/여동생: 처형/처제 |
딸의 시누이 | 사위의 여자 형제 | 딸의 경우 | 사위의 누나/여동생: 시누이 사위의 형/남동생: 형님/도련님 |
예전에 제가 우리집에서 개혼으로 결혼했을 때에도 아버지 엄마는 자연스럽게 시어머니께 사부인이라고 부르셨어요. 그런데 저는 그 사부인이라는 단어가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사돈이라고 했다가 사부인이라고 했다가, 부르지도 못하다가... 난리부루스입니다.
이렇게 서로 오가고, 같이 밥도 먹고, 자주 만나다보면 친해지고 스스럼없이 되겠지요. 신혼여행 떠나기 전, 아들녀석이 장모님하고 친하게 지냈음 좋겠다는 말을 하네요.
그러려면 사돈에 대한 제 마음의 어려움을 내려놓아야겠습니다. 서로의 귀한 아들과 딸을 얻었는데 우리도 서로 귀한 존재가 되어 우러러주고 대접하고 존중해야겠어요. 아들을 많이 사랑해주시니 더욱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