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책 만들기를 다시 시작했어요. 제 직업은 1인 개인 출판업입니다. 시장 경제와는 다소 먼 종교의 영성에 관한 책 출판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보람이 있고 흥미가 있습니다.
작가의 원고를 받으면 한글에서 교정과 편집을 하고 디자이너에게 넘겨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두 달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는데 전 이 시간들이 정말 행복하답니다.
결과물의 금전적 가치보다는 오타없는 책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기고 싶은데 오타가 하나도 없는 책을 만든다는 것은 신이 아닌 이상 쉽진 않더라구요.
두 아이의 엄마였고 누구의 아내였으며 깔끔 강박증을 지닌 시어머니의 며느리였던 제가 34살의 나이에 이름 석자를 다시 찾기까지 첫발을 내디딘 것이 글쓰기였어요. 수필의 제목 아래엔 누구누구 엄마 대신 제 이름 석자가 꼭 들어가야 했거든요.
그렇게 수년동안 쓰다보니 어느 순간 등단 수필가가 되어 있었고, 열심히 일하다보니 어느 단체 후원회 소식지 편집자로 앉아 있었어요. 또 몇 년의 세월이 흘러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그들이 읽어야 할 책들을 점자화하고 교정하고 있었죠.
이제 제 나이 노년에 접어 들어 사회적 직업에서는 밀려났지만, 개인출판은 포기할 수가 없답니다. 눈에도 티끌이 생기고 목디스크로 손가락이 저려도 포기할 수 없는 게 책 만들기랍니다.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한 자리에서 10년 이상 같은 일을 반복하다보면 기술이 되고 장인이 되는 것이지요. 저는 장인이라는 단어를 쓸만큼 베스트셀러도 만들지 못했고 훌륭한 기술자는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 한 가지를 오래 한 결과 행복한 출판쟁이가 되었고 그 일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어요. 장인이 아닌 쟁이입니다.
오늘은 새책을 만드는 중에 2년 전 출간한 책을 수정 출판할 일이 생겨 다시 교정을 보는데 그 유명한 갈릴레오와 헤리엇의 내용이 나와요. 그땐 안 보이더니 지금 눈에 띠는 건 아마도 블로그에 글을 올릴 글감을 승냥이처럼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달에 관한 과학자들의 이야기예요.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와 토머스 해리엇(Thomas Harriot)은 17세기 초반, 망원경을 이용해 달을 관측한 선구자들인데요. 이들이 달을 관측한 방식과 그 결과는 이후 천문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해요.
토머스 해리엇과 달
토머스 해리엇(1560~1621)은 영국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로 갈릴레오보다 먼저 망원경을 사용해 천체를 관측한 인물이랍니다.
1609년 7월 26일,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하고 최초의 달 표면 스케치를 남겼고, 이는 갈릴레오보다 약 4개월 앞선 기록이라고 해요.
토머스 해리엇은 자신의 발견을 적극적으로 발표하지 않아 널리 알려지지 않았대요. 그는 달의 표면을 부드러운 구형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형태로만 묘사했어요. 하지만 갈릴레오처럼 지형학적 분석을 깊이 있게 진행하지는 않았어요.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달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는 망원경을 개량하여 천체를 연구한 대표적인 과학자입니다.
1609년 12월, 자신이 개량한 망원경(최대 20배율)으로 달을 관측했고요. 그는 달의 표면이 매끄러운 구형이 아니라, 산과 계곡이 있는 지형임을 확인했어요.
특히 달의 그림자를 분석하여 산의 높이를 계산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발견은 당시 아리스토텔레스의 "천체는 완벽한 구형"이라는 기존 우주론을 뒤집는 중요한 증거가 되었다고 해요.
둘은 똑같이 달의 분화구를 보았고, 토머스 해리엇은 최초로 망원경을 통해 달을 관측하고 스케치를 남겼지만, 갈릴레오처럼 적극적으로 발표하거나 심층적인 분석을 하지는 않았대요.
반면,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개량하여 달의 지형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천문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또 1610년 3월, 《별의 전령(Sidereal Messenger)》을 출판하여 자신의 천문학적 발견을 공개했다고 해요.
달을 향한 이들의 관측은 우주가 완벽한 구형이라는 기존의 믿음을 뒤흔드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후 근대 천문학의 발전에 중요한 토대가 되었는데 흐지부지하다가 만 토머스 해리엇보다 갈릴레오는 그림 공부를 하면서 원근법과 명암대조법, 빛과 그림자의 대조, 그리고 그림자를 가지고 물체를 추측하는 방법을 배웠기에 울퉁불퉁한 경계선을 보고 달의 표면이 매끄럽지 않음을 유추했고 그것이 산과 분화구, 계곡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해요.
아는 것이 힘이라는 걸 갈릴레오를 보면 알 수 있어요. 만일 갈릴레오가 그림공부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림자의 차이로 물체를 추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없었을 테지요. 그리고 책으로 출간하고 과학에 많은 업적을 후대에 남긴 갈릴레오를 역사는 더 높이 평가하는 거구요.
갈릴레오는 유럽 최고의 과학자임을 인정받았지만, 코페르니쿠스 체계를 인정하지 못하는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죽을 때까지 피렌체의 집에 자택연금 되었는데, 1637년 완전히 눈이 멀 때까지 천체관측을 계속했다고 해요.
여기서 제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점점 눈이 안 보이고, 목디스크로 1년에 몇 번 병원에 가야 하고, 허리가 아프게 책상에 앉아 있더라도 한 사람이 노력하여 쓴 작가의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는 일은, 바닷물을 조가비 하나로 퍼내는 일만큼 미미하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한다는 사실이요.
책을 만드는 일이 갈릴레오와 무슨 상관? 하겠지만, 시도하며 끝까지 노력한 갈릴레오와 해리엇의 이야기가 남겨질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자료가 책으로 남겨진 까닭이겠지요.
작은 책 한 권이 미치는 영향이 없더라도, 평가는 받지 않더라도 사과 나무 한 그루 심는다는 열정으로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는 일이야말로 제 삶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좀 더 열심히 노력해서 갈릴레오처럼 심층 분석해 베스트셀러도 냈더라면 하는 후회도 있어요. 하지만 여기까지, 제 능력을 오버하면서 쓸 수는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