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저 같은 보통 사람들은 전시회에 가서 미술품을 관람할 때, 자연이나 인물을 표현한 작가의 섬세함과 그 실력에 경의를 표하며 보게 되지 않나요?
아무리 멋진 풍경이라도 사진기라는 기계가 담아낼 수 없는 아름다움을 화가들은 표현해내잖아요! 그 표현에 감탄하며 관람하면서도 정말 갖고 싶은 그림이 있으면, 이 작품은 도대체 얼마를 지불해야 내 거실에 걸어놓을 수 있을까 정도만 생각하지 수집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살아왔어요.
그런데 그 생각을 내려놓게 만드는 책을 발견했어요. 오늘은 문웅 작가의 '수집의 세계'를 포스팅해볼게요.

작가는 문학을 포함해서 예술이 빠진 삶이야말로 오류라고 합니다. 실제로 삶에서 문화예술이 빠진다면 의미 없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작가의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 예술학을 공부하게 된 사실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작가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건설회사를 창업해 사업을 하다가 뒤늦게 예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교수로 정년퇴임하신 분이네요.
평생 술과 담배, 골프나 주식 등 사행성 놀이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작가가 취미로 시작한 수집이 현재 어마어마한 자산이 되었다는 사실은 놀라울 뿐입니다.

작가의 수집은 젊은 시절 시작한 서예 공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요. 친형처럼 따르는 분이 병풍 한 벌을 사라고 권유해서, 그림에 대해 문외한이었지만 믿고 따르는 형의 권유라서 의재 허백련 선생의 열폭 병풍을 사게 되었답니다.
학업을 마치고 군 제대 후 1977년 2월에 의재 허백련 선생이 타계하시고 그림을 사라고 권유했던 형이 그 열폭 병풍을 4배 이상을 받고 되팔아 주었다고 해요. 그때 처음으로 그림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작품을 판 지 1년도 안 되어 판 가격의 2배가 되었으니 후회가 막심했겠지요. 그 뒤로 작가의 손에 들어온 작품은 단 한 점도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했고, 그런 원칙 덕분에 3,000여 점 이상의 작품을 모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업에 실패하여 어려울 때 살던 집은 팔았는데 작품들은 하나도 팔지않고 간직했다니 작품에 대한 놀라운 사랑과 집념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손에서 내보낼 수 없는 많은 작품이 소장되기까지 구매욕을 절제하기 힘들던 시절도 있었다고 하는데 규칙을 세우고 원칙대로 사는 분도 그런 욕구를 외면하기는 쉽지가 않나 봅니다. 젊은 시절부터 시작한 서예가인 작가에게 추사 김정희의 작품이 없어서 늘 갈증을 느껴오던 차 칸옥션에 추사의 작품이 올라왔고, 경쟁자가 많아 예상가를 훌쩍 넘었지만 끝까지 경합해 낙찰을 받았으니 기쁨이 얼마나 컸겠어요.
그리고 또 더 좋은 추사의 작품이 경매장에 나와 두 작품 모두 손에 넣으니 열흘은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다는 수집가의 마음이 어떤 건지 경험해보진 않아서 잘 모르지만 상상은 가요.
추사의 작품 중 편지 하나를 구입했는데 편지 내용이 '학연 형'이라고 쓰여 있었다고 해요.
추사가 형이라고 부르는 학연이 누구인지 편지의 내용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조사하던 중 다산 정약용의 큰아들이 학연이었고, 추사보다 나이가 많아 형이라 부르며 가까이 지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는데 그렇게 추적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도 크다고 합니다.
책에는 추사가 학연 형에게 보낸 편지 전문도 실려 있어요.

수익성 부동산과 미술품을 제외한 가전제품, 자동차와 리모델링 된 고급 건축물조차도 대부분의 것은 사는 순간부터 감가상각이 시작된다고 말하는 작가는, 이들 물건은 사용할 수 없게 될 때까지 쓰는 습관을 들이고 그로 인해 생기는 여유자금은 더 나은 방법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그것이 오래도록 자산이 될 수 있는 수집이라고 저는 판단했어요.
돈이 되는 미술품 구입 가이드 16가지 중
1. 내 마음에 안 드는 작품은 남도 사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팔기도 쉽다.
6. 가짜 작품이 낫게 보일 때가 있다. 심지어 일부 작가들의 위작은 작가 본인조차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똑같아서, 실제로 위작의 작가와 진품의 작가가 서로 자기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특수한 사례까지는 아니더라도, 진짜 작품을 볼 줄 아는 눈을 키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목이 없어 태작(솜씨가 서투르고 보잘것없는 작품)을 고르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14. 트렌드를 주도한 작품을 사라. 앞서가는 작가는 남고, 따르는 작가는 사라진다. 외,
수집가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는 가이드가 수록되어 있어요.
제1장 수집이라는 운명을 만나다
- 인생을 예술처럼
- 서예로부터 시작된 수집가의 운명
- 좋은 취미는 인생에 도움이 된다
- 알고 싶은 분야나 잘 아는 분야를 파고들자
- 구매욕을 절제하기 힘들던 시절
- 서두르지 않되 끈질기게
- 보통 사람이 예술품 수집가가 되기까지
제2장 그림은 어떻게 돈이 되는가
- 무엇이든 모아라, 습관처럼
- 감가상각 되는 것의 구입을 미루고 그림을 산 결과
- 예술 중 미술품만이 재판매가 가능하다
- 미술품이 주는 심리적 수익
- 현재 '내 것'의 가치가 중요한 '시간 선호'
- 수집가로서의 공부법- 돈이 되는 미술품 구입 가이드
- 그림의 가격의 결정과 위작을 피하는 법- 귀할수록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없다
- 작품 선정의 기준과 작가의 아이덴티티- 미술 투자자는 취향과 투자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 시장에서 반드시 뜨는 작품을 알아보는 법- 포기하는 아쉬움 대신 대체재를 찾는 방법
- 세계로 무대를 넓혀보자
- 판단하기 어렵다면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작가를 선택하라
- 성공과 실패는 타이밍이다
- 구입할 때의 마음으로 소장품 관리는 더욱더 철저하게

제3장 예술시장의 현재와 미래
제4장 예술경영학 측면에서 본 미술
제5장 수집가로 사는 법
그동안 작가가 수집한 많은 작품의 사진과 특히 아끼는 김만중의 <<구운몽>> 상하권 원본, 서포 김만중의 친필 간찰도 사진으로 수록되어 있는 291쪽의 단행본 책입니다.


그렇게 꾸준히 수집한 소장품을 전시할 기회가 생겼고, 2020년 11월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세종컬렉터 스토리2'라는 이름으로 20일간 전시되었다고 해요.
평생 모아온 서화미술 3,000여 점 중 120여 점을 전문가와 신중하게 선별해 공개했다는데 타임머신이 있다면 2020년 11월로 돌아가 전시회를 관람하고 싶어지네요.

인생을 줄기차게 살아오며 열심히 살았다는 작가도 많은 회한이 있다고 해요. 자력으로 삶을 개척할 수밖에 없었던 작가는 계획도 목표도 없이 최선을 다해 주어진 일에 매진할 뿐이었다는데 그 하나의 길로 매진하지 못했을 뿐 역전과 반전을 거듭하며 돌아왔는데 지금의 나는 어디에 도달해 있는지, 살아온 삶의 품질은 어떠한지 숙고해본다며 책을 맺는데, 책을 읽은 독자로서 한마디 한다면,
작가님은 예술가로서 인생 대선배 수집가로서 성공하신 품질 높으신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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