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는 홀씨가 아닙니다
운동다녀오는 길, 집 중간쯤에 손세차장이 있는데 몇 개월 청소하지 않은 내부 세차가 필요해서 차를 맡기고 20분 거리를 걸어와야 했습니다. 낮기온 어느새 26도를 오르내리고 걷느라 더운데, 길가 가까운 공사현장 때문에 쪽길로 걸어야 하는 불편함이 큽니다. 그럼에도 공사장 가림막 안쪽에 아카시아 나무가 나 좀 봐주세요~ 하며 향기를 내뿜고 있네요. 어린 시절 따먹기도 했던 아카시아꽃 향기는 늘 추억을 소환합니다.
매연 가득한 길가에 노란 민들레가 솜털 씨앗과 함께 나란히 피어 있어요. 쭈그리고 앉아 민들레 사진을 찍다가 문득 오래 전 유행하던 '민들레 홀씨되어'라는 노래가 생각이 났어요. 가락이 좋아서 곧잘 흥얼거리곤 했었는데, 사실 민들레는 홀씨가 아니랍니다. 노래를 불렀던 박미경씨도 예전에 나와서 사과를 했다는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대부분 민들레 홀씨되어라는 제목으로 글이 많이 있습니다.
민들레 씨앗이 둥실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끼나 고사리에서 나오는 홀씨 같아 보입니다. 하얗고 가벼운 솜털에 매달려 하늘을 떠다니는 그 모습은 어린 시절 과학 시간에 배운 ‘홀씨’와 너무도 닮아 있어요. 하지만 사실 민들레는 홀씨가 아닌 씨앗을 퍼뜨리는 식물입니다.
홀씨는 고사리, 이끼, 곰팡이 등에서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생식 세포로, 무성 생식, 즉 부모 하나만으로도 번식이 가능한 방식입니다. 반면 민들레는 꽃을 피우고, 꽃가루를 통해 수정을 거쳐야 씨앗을 만든답니다. 이는 유성 생식에 해당하며, 씨앗 속에는 다음 세대로 자랄 수 있는 배아와 영양분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홀씨는 단세포인 경우가 많지만, 씨앗은 훨씬 복잡하고 완전한 생명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민들레를 보며 홀씨를 떠올리는 이유는, 그 씨앗이 바람을 타고 이동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씨앗에 달린 솜털은 마치 홀씨처럼 가볍고 멀리 퍼질 수 있게 도와줍니다. 하지만 그 구조와 기능이 닮았다고 해서 민들레 씨앗을 홀씨라 부를 수는 없다고 합니다. 생물학적으로는 분명히 구분됩니다.
민들레는 바람을 이용해 번식하지만, 그 안에는 홀씨보다 훨씬 복잡한 생명의 준비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민들레는 ‘홀씨 같은 씨앗’을 가진 식물이지만, 결코 홀씨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도 산을 부수고 지은 집이지만, 근처엔 야트막한 산들이 또 있습니다. 항공단지인 이곳은 큰 공장들이 많은데 여전히 공장이 부족한지 어느 해 또 하나의 산을 부쉈습니다. 그 산에 살던 많은 생명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어느 날은 어린 고라니가 갈곳 모르고 뛰다가 아파트 단지로 들어오기도 했고, 많은 길고양이들은 사방으로 달아났습니다. 다행히 근처 야트막한 산으로 도망가서 그곳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밥을 먹으러 아파트 단지로 내려오곤 합니다.
공사현장 옆 2차선을 4차선으로 만드느라 잘려진 나뭇가지가 저 시멘트 벽 사이로 뚫린 물 흐르는 구멍을 비집고 나와 있어요. 왠지 처절해보입니다.
거의 집 근처에 왔습니다. 여름엔 수련이 한가득 피는 연못에 노란색 보라색 붓꽃(아이리스)이 물가에 활짝 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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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 말이 쉽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면서도 맞는 말인지 헷갈릴 때가 많아요. 한자의 혼용이 있을 땐 중복해서 쓰는 경우도 많구요. 저렇게 잘못 알려진 노래 제목 때문에 민들레의 솜털같은 씨앗이 홀씨인 줄로만 알고 살기도 하지요.
저는 편집 일을 하면서 더 알기 위해 늦은 나이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책 만드는 과정을 통해 바른 말과 맞춤법, 띄어 쓰기 등을 올바르게 사용하고자 국립국어원의 표준어한국어대사전, 다음 맞춤법, 네이버 맞춤법을 총 동원해서 일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완벽할 수는 없으니 죽을 때까지 배우고 노력해야 합니다.
다음은 신문, 교수, 방송 진행자, 방송 패널이나 신문 등에서 자주 쓰고 있는 말이지만 대표적으로 고쳐 써야 할 '겹쳐 쓰는 말'입니다. 재미는 없지만 종종 이런 내용을 올리려고 합니다.
1. 소위 말해서 所謂 : 세상에서 말하는 바 말하다 중복, 소위 또는 이른 바가 옳음 |
2. 판이하게 다르다 判異 : 성질이나 모양, 상태 따위가 아주 다르다. 다르다 중복, 판이하다가 옳음 |
3. 남은 여생 餘生 : 앞으로 남은 인생(남은 필요없는 말) |
4. 말로 형언할 수 없다 形言 : 형용하여 말함, '말로' 필요 없음 |
5. 아직 시기상조다 時機尙早 : 어떤 일을 하기에 아직 때가 이름, 아직 중복 |
6. 사전에 예방하다 豫防 : 질병, 재해 등을 미리 대처하여 막는 일, 사전에와 미리는 같은 뜻이므로 그냥 예방하다. |
7. 먼저 선취점을 얻다 先取點 : 운동 경기에서 먼저 딴 점수, 먼저와 선취가 중복 |
8. 간단히 요약하다 要約 : 말이나 글의 요점을 잡아서 간추림 간단히가 중복됨 |
9.오랜 숙원 宿願 : 오래전부터 품어 온 염원이나 소망, 오랜 중복 |
10. 많은 관객들 '많은'이 복수 개념이므로 '들'은 필요없다. |
밴드 "맞춤법이 알고 싶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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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는 깨끗하고 반들반들하게 되었고요. 하루를 이리저리 쪼개어 많은 일을 한 오늘이 저뭅니다. 딸아이가 보내온 소심녀 베희가 광합성하며 자는 모습을 보며 미소짓고 마무리합니다.